공항으로 가는 차를 탔을 때, 지난 4개월간 익숙했던 풍경이 내 눈앞을 하나하나 지나간다. 아련하게 밀려드는 아쉬움. 평범한 일상속에 담겨 있던 특별함, 무언가 각별한 낮설음. 벌떼같이 정신없었던 사람 틈바구니에서의 고요 - 왜 떠나는 마당에 그런 것을 느끼게 되는건지. 아니, 어쩌면 다행인지도. 노을은 붉은 혀를 날름거리며 지고 있었고 반쯤 차오른 달은 평소와 같이 평정심을 잃지 않더라. PSP 를 떠나서? 누군가를 그리워 해서? 그런 것들이 아니였다. 내가 그 순간 먹먹함을 느낀 데는. . "인도" 냄새, 촉감, 소리 - 그런 오감이 자아내는 '기억' 에 대한 그리움이 더 맞는 말일게다. 내가 떠나기도 전에 이런 글을 쓴다는게 우스운 지도 모르지만, 내 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 있는 나라이기에 더 글을 이어나가고 싶다. 1월 4일. 처음 인도에 발을 내딛었을 때가 생각난다. 코끝을 찌르던 독특하고 '인도' 스러운 공기를 잊지 못한다. psp 로 오던 길 표지판에 '소' 금지 표지판을 잊지 못한다. 항상 온갖 협잡을 마다않던 인도의 상인들을 잊지 못한다. 사람을 잊지 못한다. 인도의 열악한 환경이 사람과 사람사이를 가깝게 이어 놓았기 때문인걸까.
304호 섬의 스텔라와 나를 잊지 못한다. 느릿느릿 흘러가는 인도의 시간에 부유하듯 떠있는 그 방에서 나누었던 추억들.. 내가 인도에서 걸었던 길과 흔적들은 그동안 내가 지나왔던 것들과는 다른 것이였다. 내가 그동안 걸어왔던 길은 눈앞의 것에만 집착하기, 서두르기, 그러나 무엇을 위해 서두르는지는 모르던, 그런 길이라고나 할까- 인도를 방문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겉모습만 보기에는 정말 짜증만 나는 답답하고 불편한, 한마디로 모든게 혼돈스러운 땅이라고 생각하기 쉽상이다. 하지만 그 혼돈 속에서 고요를 찾고, 행복을 찾고, 거대한 깨달음을 찾을 때, 내 마음 한켠이 따뜻해짐을 느낀다. 그리고 마침내, 공항으로 들어가는 인도의 끝자락에 굳건히 서있는 한 표지판을 본다. 지금. ' See you again -incredible India ' 문구 그대로 믿을 수 없게도, 마치 마술의 주문인 듯 내 마음에 큰 파장을 일으킨다.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한 나라에서 난 뜻밖에도, 엄청난 것을 보았고, 느꼈다. 별 뜻 없이 서있는 다시 봅시다! 라는 문구에 그동안 있었던 많은 일들이 주마등 처럼 스쳐 갔다. 인도는 사람으로 하여금 진정한 철학과 사고를 하게 한다고 누가 말했던가, 그분에게 소박한 경의를 표하며.
난 마음속에 엄청난 보물을 지니고 한국으로, 한국으로 돌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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